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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날의 따뜻한 기억


추운 겨울날의 따뜻한 기억

가끔씩 나는 겨울이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눈이 내리고, 바람이 차갑게 불어오는 그 시간들 속에서 오히려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까? 겨울에는 사람들이 더욱 가까워지고, 따뜻한 음료 한 잔을 함께 나누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 작은 순간들이 모여서 겨울을 특별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나는 겨울에 많은 추억을 남기고 싶어 한다.

어릴 적, 겨울은 항상 기다려지는 계절이었다. 학교가 끝난 후, 두꺼운 옷을 껴입고 집 근처 공원으로 갔다. 그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었다. 누군가는 눈덩이를 굴려 크고 작은 눈사람을 만들고, 또 다른 누군가는 길게 눈길을 따라 썰매를 타곤 했다. 그때의 즐거움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물론, 그날의 공원은 차가운 바람과 눈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전혀 춥지 않았다. 오히려 그 차가움이 우리를 더욱 가깝게 만들어주었던 것 같다.

겨울의 매력을 또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엄마가 만들어주시는 따뜻한 국물 요리가 나를 반겼다. 그 냄새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도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겨울철에 특별히 좋아했던 음료는 핫초코였다. 그 속에 녹아 있는 초콜릿의 달콤한 맛은 정말 잊을 수 없다. 부모님과 함께 식탁에 앉아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는 무척 행복하고 소중한 순간이었다. 그런 따뜻한 대화는 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잊게 만들어주었다. 그 당시에는 그냥 지나쳤던 이 순간들이 지금 와서 보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깨닫게 된다.

성인이 되어 겨울을 맞이하면서 나는 더 이상 그 시절처럼 아이들과 함께 놀지 않는다. 대신 나는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며 겨울을 맞이한다. 물론, 바쁜 일상 속에서도 겨울의 기쁨을 찾으려 노력한다. 한 번은 친구와 함께 겨울 여행을 떠났다. 눈 덮인 산속에서의 하이킹은 내 몸과 마음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주었다. 차가운 공기가 내 폐 속까지 스며들며 상쾌함을 느끼는 동시에, 몸은 따뜻한 옷에 감싸여 있었다. 여행지의 작은 카페에서 마신 따뜻한 커피 한 잔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맛있었다. 그리고 그 카페의 창밖으로 보이는 눈 덮인 풍경은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웠다.

그때 깨달았다. 겨울은 단순히 추운 계절이 아니었다. 겨울은 우리에게 ‘따뜻함’을 상기시키는 계절이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따뜻한 사람들, 따뜻한 음료, 따뜻한 순간들이 함께 있어, 우리는 그 차가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겨울은 우리의 감각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고, 사람들과의 연결을 더욱 깊게 만들어준다. 내가 겨울을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겨울이 주는 차가움은 결코 외롭지 않다. 오히려 따뜻한 마음을 나누게 만드는 기회가 된다.

내가 겨울을 사랑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 안에서 나만의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따뜻한 햇살에 이끌려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지만, 겨울에는 대부분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 덕분에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지고, 그 시간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나는 가끔 겨울이 되면 따뜻한 차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 시간을 통해 나는 내 마음속에 숨겨둔 것들을 발견하기도 하고, 지금까지 놓쳤던 것들을 다시 찾아보기도 한다. 그런 순간들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되고,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겨울을 맞이할 때마다 나는 이렇게 추억 속의 따뜻함을 떠올리곤 한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도, 그 속에서 우리가 나누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겨울의 추위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아끼고, 더 가까워진다. 그것이 바로 겨울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언젠가 내가 더 나이가 들어서 다시 겨울을 맞이할 때, 그때도 여전히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겨울을 보내고 싶다. 그때의 겨울이 지금처럼 특별하고 소중하게 느껴지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겨울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