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속도

바람의 속도

하늘을 보면 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알 수 있다. 구름이 그리듯, 그 흐름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람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방향에서 불어왔다. 그것은 내 마음을 흔들고, 나의 하루를 바꾸어 놓았다. 언제나 일정한 속도로 불었던 바람이었지만, 나는 그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알 수 없었다.

가끔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내게도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삶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처음에는 그 바람이 너무 거칠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바람이 나를 휘감고 지나갈 때마다, 나는 내 자신이 너무 작은 존재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 바람 속에서 나는 그저 하나의 먼지 같았다. 하지만 그 바람이 지나간 후에는, 나는 그 바람 덕분에 조금 더 성숙해진 것 같았다. 바람이 내 마음을 깨우고, 내가 아직 몰랐던 나의 모습을 보게 만든 것이다.

어느 날, 한참을 걷다가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나는 바람이 전혀 다른 방향에서 불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 바람은 약간 차가웠지만, 부드럽고 편안하게 나를 감쌌다. 바람의 속도가 다르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그 바람의 속도를 따라가려고 애썼던 것 같은데, 오늘은 그냥 그 속도를 느끼고 싶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바람과 함께 존재하는 그 순간에 나도 함께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바람이 빨리 불고 천천히 불고는 중요하지 않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를 알지 못할지라도 중요한 것은 바람을 맞는 순간의 내 감정이었다. 나는 더 이상 그 바람을 맞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바람이 나를 흔들어 놓아도, 나는 그저 그 바람 속에서 나를 찾으면 되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나의 삶에서도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했다.

때로는 삶에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기도 한다.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알고 있는데, 그 길이 나에게 오지 않는다. 그럴 때면 나는 마음이 혼란스러워지기도 한다. 왜 내가 가고 싶은 길로 가게 해주지 않는지, 왜 다른 길로만 나를 몰아가는지 불평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순간에, 나는 자연스레 바람을 떠올린다. 바람은 그 누구에게도 예측될 수 없지만, 언젠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찾을 수 있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바람을 타고 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나도 그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힘을 써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바람이 너무 약하게 불면, 나는 그 바람을 느끼며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삶의 방식이었다. 급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속도를 맞추려 애썼고,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는 듯한 순간에는 그저 기다려야 했다. 어느 순간 나는 그 기다림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속도가 아무리 다르더라도, 그 속도 안에서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람은 언젠가 멈출 것이다. 그러나 바람이 멈춘다고 해서 그것이 끝인 것은 아니다. 바람이 멈춘 자리에 새로운 바람이 또 다시 불어올 것이다. 그 새로운 바람은 내가 예측할 수 없지만, 나는 그 바람 속에서 다시 한 번 내 길을 찾을 것이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는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지만, 나는 그 바람을 통해 조금씩 나를 알아간다. 바람은 나에게, 나만의 시간을 선물한다.

나는 바람처럼 살아가고 싶다. 예측할 수 없지만, 언제나 나에게 다가오는 바람처럼, 나도 누구에게나 다가갈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나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갈 수는 없지만, 그 바람 속에서 나는 나의 삶을 찾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바람의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속도에 맞춰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 바람이 언제나 내게 필요한 순간에 불어올 것이라고 믿으며, 나는 오늘도 그 바람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