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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의 대화


나무와의 대화

어느 날, 나는 오랜만에 공원에 갔다. 아침이었고, 아직 공원이 고요하고 한적했다. 햇살은 부드럽게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고, 공기는 상쾌했다. 나는 그저 걷고 싶었고, 특별한 목적 없이 길을 따라 걸었다. 걸으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자연을 잊고 살았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도시의 소음과 고요하지 않은 삶에 익숙해진 나는 자연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오늘은 그 고요함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공원의 나무들은 오래된 친구처럼 나를 맞아주었다. 그 중 한 그루의 큰 나무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나무는 말없이 서 있었고, 나는 그 나무 앞에 잠시 멈추었다. 평범한 나무였지만, 그 크기와 두께에서 뭔가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그 힘은 단순히 나무의 물리적인 크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 나무가 오래 살아온 시간의 흔적에서 나오는 어떤 깊이와 안정감이었다. 나무는 내가 느끼기에는 단순한 생명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나무를 가까이서 바라보았다.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을 보면서 문득 그 나무가 살아온 시간이 궁금해졌다. 이 나무는 언제부터 이 자리에 있었을까? 이 나무가 자라는 동안 어떤 비와 바람, 겨울의 추위와 여름의 더위를 견디며 어떤 감정을 겪었을까? 나는 이런 질문들을 던지면서 나무가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듣고 싶었다.

나무는 말하지 않지만, 나는 나무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나무는 자신이 자라야 할 자리를 잘 알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고,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온다. 나무는 자연의 순리에 맞춰 살아간다. 나무의 삶은 불안정하거나 복잡하지 않다. 그저 성장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다. 나는 이 단순한 모습에서 위로를 받는다.

우리의 삶도 결국 비슷한 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리는 종종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몸을 떤다. 계획이 틀어질까 봐 두려워하고, 예상치 못한 변화에 불안해한다. 하지만 나무는 그 어떤 불안도 없이,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다. 내가 나무처럼 그렇게 단순하게 살 수 있을까? 나무는 그냥 자라고, 살아가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존재한다. 그것이 그에게 주어진 삶의 방식이다.

나는 나무를 바라보며 그 존재를 존중했다. 나무는 말없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때로는 말없이 지내는 시간이 가장 큰 위로를 준다는 것을. 나무와의 대화는 그런 것이었다. 그저 함께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무의 고요함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찾았다. 아무리 복잡한 삶을 살아가도, 나는 결국 내가 뿌리 내릴 곳을 찾아가야 한다. 나무는 그 뿌리를 지키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깊이 뿌리 내리듯이 말이다.

나는 나무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한참을 그 나무 앞에 서 있었고, 나는 나무에게서 얻은 조용한 위로를 마음속에 간직하며 자리를 떠났다. 그날 이후로 나는 가끔 나무가 떠오를 때마다, 다시 한 번 자연의 소리와 그 속에서 내가 찾을 수 있는 평온함을 되새기곤 한다. 이 고요한 대화는 말없이 이어진다. 나무가 말하지 않지만, 나는 그 속에서 깊은 의미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