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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조각들


기억의 조각들

가끔은 내가 살아온 길을 돌아보며 그곳에서 남은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려 한다. 기억이란 것이 언제나 흐릿하고 불완전하지만, 그 흐릿함 속에서도 나만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어린 시절, 내가 좋아하던 것들, 내가 두려워했던 것들,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그런 기억들은 언제나 나를 이끌고, 그 때마다 나를 다시 나로 돌아가게 한다.

어릴 적, 나는 산책을 좋아했다. 집 근처에 작은 공원이 있었고, 그곳에서 혼자 걷는 것이 내게는 큰 위안이 되었다. 그 공원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세상의 중심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는 늘 똑같은 벤치와, 비슷한 꽃들, 그리고 내가 자주 만났던 할아버지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항상 한쪽 손에 지팡이를 짚고, 다른 손에는 과일을 한 두 개 쥐고 계셨다. 그때마다 나는 그가 무슨 과일을 쥐고 있는지 궁금했다. 사과일까? 배일까? 그때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할아버지, 그거 뭐에요?”라고 물어보곤 했다. 그는 대답하기 전에 한참을 생각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음, 오늘은 배야”라고 말했다. 그 단순한 대답이지만 나는 항상 그 대답에서 위안을 얻었다. 아마 그 당시 나에게는 그 할아버지의 얼굴과, 그가 쥐고 있는 배가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주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그 공원은 많이 변했다. 공원이 새롭게 단장되었고, 벤치와 꽃들이 바뀌었다.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던 할아버지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공원을 떠나면서도 마음 한켠에 그 할아버지와의 작은 대화를 기억했다. 그때의 할아버지가 내게 남긴 그 따뜻한 기억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내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기억은 변할 수 있지만, 그 기억 속의 감정은 언제나 그대로 내 안에 남아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과의 인연 속에서 또 다른 기억들을 쌓아갔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잠시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들이 내게 준 감정이나 순간들은 모두 내 기억 속에 고이 간직되어 있다. 나는 그들의 모습이나 목소리를, 아니면 그들이 나에게 남긴 작은 말들을 떠올릴 때마다 그 순간이 마치 어제처럼 또렷하게 떠오른다.

특히 기억에 남는 한 사람이 있다. 대학 시절, 나는 한 교수님을 만났다. 그 교수님은 늘 따뜻한 미소를 지으시며 학생들과 소통했다. 수업 중에 자주 말씀하셨던 것 중 하나는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다”는 말이었다. 그 말은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대학에서 겪은 수많은 시험과 과제, 그리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 속에서도 나는 그 말 덕분에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교수님이 남기신 그 한 마디는 나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희망을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다 보면, 나는 언제나 과거를 돌아보며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싶어 한다. 기억은 과거를 그대로 담아두기 위한 그릇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기 위한 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에게서 얻은 교훈들,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억은 단지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때로는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아프기도 하다. 잃어버린 것들, 놓쳐버린 기회들, 그리고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 속을 어지럽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아픔도 결국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아픔이란 것은 지나간 후에야 그 의미를 알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나는 또 한 번 깨닫는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의미가 되어 남는다. 그리고 그 의미들은 내게 계속해서 살아 숨 쉬는 힘을 준다.

오늘도 나는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며, 내가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그것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이유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일이다. 기억 속의 사람들, 사건들, 감정들이 나를 이루고 있듯이, 나는 앞으로도 계속 그 기억들 속에서 새로운 힘을 얻으며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