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자락에서

겨울의 끝자락에서

추운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 겨울은 언제나 길고, 그 속에서 나는 종종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는다. 차가운 바람과 눈이 쌓인 길을 바라보며, 여느 때보다 더 깊은 생각에 잠기곤 한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는 마음속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듯한 기분을 준다. 그 어떤 것들도 미루고 잠시 멈출 수밖에 없는 계절, 겨울은 그 자체로 깊이와 사유를 부른다. 그러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된다. 차갑고 고요한 세상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이 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이미 땅속에서는 봄을 기다리는 작은 생명들이 힘을 모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겨울의 차가운 날씨가 완전히 지나가기 전, 나는 여전히 그 속에서 나름의 여유를 찾아가고 있다. 매서운 겨울이 지나면, 다시 한 번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될 것이라는 믿음에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러나 이 찬란한 봄을 맞기 전에, 나는 겨울의 마지막을 제대로 느껴보려 한다. 겨울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지만, 그것을 지나고 나면 더 큰 희망이 올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다. 얼음과 눈에 싸인 세상은 잠시나마 세상의 바쁨과 소음을 멈추게 만든다. 아무리 바쁘고 떠들썩한 세상이라도, 겨울은 고요함을 선사한다. 사람들은 겨울이 지나면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그 속에서 겨울의 고요한 시간을 놓치지 않고 음미해본 사람들은 겨울의 끝자락에서 오히려 특별한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그 고요함을 느끼며, 그 동안 지나쳐온 많은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겨울의 끝자락을 지나며 나는 늘 한 가지 생각을 한다. 모든 것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는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춥고 거친 외부의 환경이 나를 움츠러들게 할 때, 나는 그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겨울은 내게 '내면의 힘'을 키워주었다. 차갑고 아픈 바람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법을, 나는 겨울을 통해 배웠다.

그렇다고 해서 겨울이 언제나 힘들고 지친 계절만은 아니다. 겨울은 또한 그 속에서 따뜻함을 찾아가는 계절이기도 하다. 집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불편함을 잊을 수 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따뜻함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 이따금씩 추운 날씨 속에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따뜻한 감정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런 따뜻함은 한겨울을 지나 봄을 기다리며 더욱 빛을 발한다.

이제 봄이 다가오고 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찬 바람이 지나고, 따뜻한 햇살이 온 세상을 감싸기 전에,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을 정리한다. 겨울이 지나가면,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된다. 봄의 꽃들이 피어나고, 생명들이 다시 깨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나는 겨울이 남긴 흔적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겨울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봄을 맞이하는 이 순간, 나는 그 가르침을 마음속에 새기며, 다시 한 번 일어설 준비를 한다.